2013년 11월 15일 금요일

호주로 온지 얼마 안되어 비가 내리는 어느날 이었다.

오전 뒤늦게 일어나 모두들 나가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홀로 밥을 먹고 잠깐 담배피러 문앞에 나갔었다.

아직 잠이 덜 깨었던지 열쇠도 챙기지 않은채 현관문이 잠기지 않게 걸쇠를 걸어놓지도 않은채 아무런 생각없이 현관 앞 테이블에서 담배를 피며 멍한 정신으로 앉아 있었다.

하늘엔 먹구름과 함께 부슬비가 모두를 적시고 있었고, 잔잔한 바람에 춤추는 그 부슬비에 그저 공허히 바라보며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자고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집안에만 있다 나온 상태라서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라 비오는 서늘한 날씨는 곧 차가운 추위로 다가왔다.

몸이 많이 차가워져 그만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에서야 닫힌 문을 바라보며 '아' 하며 작은 탄성을 뱉을 수 밖에 없었다.

집엔 아무도 없는 상황. 누가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상황. 뒷문도 현관도 모두 잠긴 상황. 수중엔 핸드폰과 담배와 라이터가 전부.

이미 서늘함을 넘어서 추위가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무작정 누군가 와서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1시간 정도 그렇게 추위에 떨며 담배만 태우고 있었을까?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도착하셔서 그제서야 집안에 들어갈수 있었다.

할머니께서 밖에서 그렇게 춥게 있어서 감기 걸리지 않겠냐며 한참을 걱정해 주시다가 본인 마음에 그냥 냅둘순 없으셨는지 매실팩(매실을 천으로 감싸 봉제한)을 뜨겁게 데워다 주셨다.

그걸로도 마음이 안놓이셨던지 이불을 돌돌말고서 매실팩을 껴안고 있던 내게 뜨겁게 데운 꿀물을 타서 다시 주신다.

아픈것도 아니고, 겨우 1시간 정도 추위에 떨었을 뿐인데 혹시나 감기가 걸릴까봐 챙겨주시는 할머니 마음이 참 새롭기만 하다.

한국에 있던 동안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배려에 생소한 감정을 느낀다.

그 많은 날들을 홀로 아파하며 홀로 버텨야 했던 긴긴 밤들. 너무도 당연했던 혼자만의 아픔과 시간들. 눈물조차 부질없다 여겨 억눌러 삼켰었던 시간들.

사람과 사람간의, 그리고 가족간의 너무도 당연한 걱정과 배려를 낯선 땅, 낯선 할머니께 받으며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나는 지금 상대방을 대하며 배려를 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서로에게 배려를 하고, 배려를 받고 있는가? 혹시 이익을 얻기위한 세일즈미소를 짓고 있지는 않은가?